민·가사
내용증명 한 번으로 '유류분 소송' 해결 사례
2025-07-29
안녕하세요 법률사무소 한 변호사 한기수 입니다.
오늘 사례는 내용증명 한 번 발송한 것으로 유류분 분쟁을 해결한 사례를 가지고 왔습니다.
문의 내용
집에서 늦은 저녁을 먹고 있는데 아는 형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이 시간에 웬일이지?'라는 생각에 전화를 받아보니, 가족간의 상속재산 문제로 상담을 하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얘기인 즉, 형의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재산을 하나도 남기지 않았는데, 알고보니 생전에 막내 아들(형의 작은 아버지)에게 재산을 모두 증여한 상태였습니다.
형의 아버지(공동상속인)는 이를 뒤늦게 알고 막내 아들에게 상속 재산에 관해 얘기하였으나 막내 아들은 증여 사실을 부인하고 형의 아버지에게 막말까지 했다고 합니다.
형은 저에게 이러한 경우 어떻게 해야 하냐고 조언을 구했습니다. 저는 이미 공동상속인에게 증여를 한 것은 특별수익이고 이는 유류분 반환 청구 소송으로 유류분 부족액 상당을 반환받을 수 있다고 얘기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소송은 보통 과거 있었던 모든 얘기가 다 나오기 때문에 소송을 하더라도 시간이 오래 걸리고, 판사 입장에서도 가족간 소송이라 부담스러우니 그냥 조정으로 끝내고 싶어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형의 아버지 몸 상태가 매우 좋지 않았고 계산해보니 돌려받을 유류분 부족액도 크지 않았습니다. 형의 아버지의 건강상태, 유류분 액수, 소송 도중에 형의 아버지께서 받으실 스트레스와 관련 비용 등을 고려했을 때 소송을 진행하지 않는게 좋을거 같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형에게, "만약에 제 아버지 상황이라면 그냥 넘어갔을거 같애요.."라고 회신하였습니다.
그리고 몇 주가 지났습니다. 형한테 다시 연락이 와서 아버지께서 직접 저와 전화를 하시겠다고 합니다. 전화를 하니, "유류분을 못 받아도 좋으니 마음에 한이 있어서 동생한테 법적 조치를 취하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형에게 얘기한 것처럼 동일하게 "건강도 생각하셔야 하고 소송을 하면 1년 정도 걸릴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스트레스도 받고 신경쓸 게 많다."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정 원하시면 막내 아들에게 내용증명 한 번 보내서 반응을 보고 소송을 할지 말지 결정하자"고 말씀드렸습니다.
형의 아버지는 몇 일을 고민하시고는 결국 막내 동생에게 내용증명을 보내기로 결정하셨습니다. 단순한 내용의 내용증명을 보냈다가는 반응이 없을거 같아, 유류분 반환 청구소송의 소장에 준하는 내용으로 내용증명을 작성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만약에 소송을 진행하게 되면 막내 아들에게 불리한 점(추가 특별수익, 이자 등)을 자세히 적었습니다. 끝에는 이 내용증명으로 형제 간의 다툼을 마무리하자는 취지도 함께 기재했습니다.
내용증명을 다 작성하고 드디어 막내 아들에게 이를 발송했습니다. 형의 아버지는 내용증명을 다 읽으시고는 "속이 후련하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막내 아들은 내용증명을 받자마자 바로 형의 아버지에게 전화하여 "형제 사이에 말로 잘 해결하면 되지, 왜 변호사까지 선임해서 내용증명을 보내느냐, 너무한거 아니냐"등 역정을 냈습니다. 형의 아버지는 가만히 듣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몇일 뒤 막내아들에게 다시 전화가 왔습니다. "다 끝내고 싶다. 유류분 이런거 머리가 복잡하다. 아버지한테 받은거 다 팔고 공동상속인들끼리 똑같이 나누는게 맞는거 같다".
이후 저는 합의서를 작성하여 형한테 보냈습니다. 합의서 내용은 "막내 아들이 할아버지로부터 특별수익한 것을 인정하고 이를 공동상속인에게 특정 방식으로 분배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리고 합의서를 논의하는 자리에서 막내 아들은 마침내 형의 아버지에게 뒤늦은 사과를 했습니다. 합의서 상 지급받는 금액도 유류분 금액을 훨씬 상회하는 금액이었습니다.

이렇게 소송을 진행하지 않고 내용증명 한 번 보내고 유류분에 관한 문제가 모두 해결되었습니다. 변호사로서, 친한 동생으로서 참 보람찬 일이었습니다.
이 사건은 진행 여부에 관해 굉장히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형제 간의 다툼이었고, 형의 아버지 건강이 매우 좋지 않았으며, 유류분 부족액이 크지 않았다는 점에서 법적 조치를 취하는 것보다 진행하지 않는게 더 좋을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고심끝에 내용증명을 발송하기로 결정하면서 형의 아버지는 병실에서 유류분에 관해 공부하기 시작하면서 삶의 의욕도 일부 되찾으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제가 작성한 내용증명을 읽고 속이 후련해 하셨고, 이후 막내 동생에게 원하던 사과도 받으셨습니다. 이미 막내 동생으로부터 현금을 받으셨고, 앞으로 유류분 부족액보다 훨씬 많은 재산을 반환받으실 예정입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만약 그때 제 말대로 진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으면 어땠을까? 만약에 내용증명을 보냈음에도 막내 아들이 가만히 있었으면? 결국 소송을 했으면 행복한 결말이 나왔을까? 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변호사라는 직업은 끊임없이 "무엇이 의뢰인에게 좋을지, 이런 상황에서는 어떻게 대처하는게 좋을지" 생각하고 고민해야 하고, 그럼에도 의뢰인을 설득할 수 없다면 의뢰인이 원하는 방향으로 진행하는게 좋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던 사건입니다.
만약 소송을 진행하시기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면, 내용증명을 활용해보시는 것도 좋을거 같습니다.
